웹소설 20

20화. 에켈란젤로(6)

포탈의 끝에는 상아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꽤나 고풍스러운 문이 존재했다.“와아.. 엄청 오래된 문이네! 저 너머에 에켈란젤로가 있다 이거지? ”그러게. 사실 아까 포탈을 통해 이동했을 때는 결국 상아탑 내부에서 이동했던거라, 크게 와닿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전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니 확 실감이 났다.“..진짜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이네. 이건 여러번 계속해도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을 것 같아.”“히히. 그럼 오히려 더 좋은거 아니야? 포탈을 탈 때마다 이렇게 설레는 기분을 계속 느낄 수 있다는 거니까!”앨리스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빨리 와, 알렉스! 계속 그렇게 밍기적거리고 있으면 나 먼저 가버린다?”그래. 좋은게 좋은거지, 뭐.잔뜩 오른 앨리..

Stellarain 2025.04.22

19화. 에켈란젤로(5)

내 말을 들은 삼촌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심각한 표정으로 잠시간 말이 없어졌다."... 그래, 더글라스 형님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거야. 분명 에켈란젤로에 가면 어떤 단서든 찾을 수는 있을 것 같다. 다만, 시기가 조금 안 좋네."그리고 그 잠시간의 정적을 깨고, 삼촌은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모두 담고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시기가 안 좋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앨리스의 질문에, 삼촌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대답을 이어갔다."당장 내일부터 에켈란젤로에서 큰 축제가 열릴 예정이거든. 아마 전 세계 각지에서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들거야. 사람을 찾기에도, 행적을 쫓기에도 좋은 환경은 아닐 것 같아서.""꺄아아! 축제? 무슨 축젠데?? 어떻게 이렇게 타이밍이 딱 좋을 수가..

Stellarain 2025.04.14

18화. 에켈란젤로(4)

나는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이젠 하다 하다 정말 피를 보는구나.무뎌졌던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니, 터져 나간 뺨에서 욱씬거리는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체 얼마나 세게 때린 거야..?나는 한숨을 크게 한 번 푹 쉬고는, 에테르를 물의 형태로 정제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무얼 해야 할 지 알고 있다는 듯이.물의 형태를 띄게 된 에테르들은 잠시 허공에서 소용돌이 치다 빠르게 내 손 위에 주먹만한 구체의 형태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의 구체는 은은한 에메랄드빛을 띄고 있었다."새삼스럽게 왜 그렇게 주눅들어 있어. 이정도야, 뭐 별 거 아니야."물의 페르소나는, 생명과 재생의 개념 또한 포함하고 있었다.나는 앨리스에게 괜찮다는 말을 건네며, 구체를 허공으로 좀 더 띄워 올렸다.앨리스는 언제 ..

Stellarain 2025.04.07

17화. 에켈란젤로(3)

딸그락-.그 말을 들은 순간, 손에 들고 있던 포크를 놓치고 말았다."그러니까 그 에켈란젤로가... 중앙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도시를 말하는게 맞죠?"나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하지 못하고,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집사님께 되물었다.그리고 그런 물음에, 집사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하셨다."네. 그 에켈란젤로가 맞을겁니다. 혹시,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답지 않게 포크를 다 놓치시고. 별일이네요."나는 혹여나 집사님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실까, 빠르게 표정을 갈무리하고 손사래를 쳤다."아뇨, 아니에요. 문제는요.  그냥 한 번쯤 꼭 놀러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연이 참 신기해서요."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접시에 떨어트렸던 포크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집사님은 내 부정에 더더욱 이상..

Stellarain 2025.04.02

16화. 에켈란젤로(2)

열린 문이 자리하던 곳에서 문의 형태를 채우고 있던 순백의 빛을 향해 걸어 들어가자, 온통 하얀색으로 가득 찬 통로가 자리잡고 있었다.그리고 통로의 끝에, 처음 보는 문이 하나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문 틈으로 새어나오는 좀 더 밝은 빛은 무지개빛으로 산란되어 눈을 간지럽혔다.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퍽 신기해, 나는 백색의 빛으로 가득 찬 통로에 팔을 뻗었다."와.. 진짜 신기하다! 온통 다 하얀색이라 어디까지가 통로고 어디부터 벽인지 분간이 안 돼!"앨리스도 신기했는지, 오른쪽으로 돌아서서 주먹을 쭉 뻗었다.손을 어느정도 더 뻗어보자, 손가락이 어딘가에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진짜 벽이 있는건지,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나아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건지 구분이 안 됐지만, 어느 쪽이든 아무려면 어떤가 싶..

Stellarain 2025.03.31

15화. 에켈란젤로(1)

깜빡- 깜빡-.눈이 부셔서 흐려졌던 시야가 차츰 회복되고, 눈에 들어온 것은 낯선 천장에 달려있는 따듯한 백색의 조명이었다.나는 의식적으로 눈을 계속 깜빡였다. 꽤나 긴 꿈은 꾸고 깨어난 듯한 몽롱한 기분이 들어, 눈 앞에 있는 광경이 현실인지 꿈속의 모습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어, 일어 났다!! 드디어 깨어났네! 삼촌 보여? 정신 제대로 차리고 있는거 맞지??"그러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익숙한 얼굴과 재잘거리는 목소리덕에, 현실감이 급격하게 밀려들어왔다."...아파, 삼촌."사실, 뺨에 느껴지는 통증이 더 큰 지분을 차지했을 것 같다.우리 집안 금발들 내력인가..? 무슨 손이 이렇게 매운거야.나는 뺨을 두 손으로 문지르면서 상체를 일으켜 세워 앉았다."다행이다.. ..

Stellarain 2025.03.24

14화. 일곱 신(4)

그의 도발에, 밀리오스는 코웃음을 치며 익살스럽게 대답했다."아이쿠야, 무서워라-. 우리 꼬맹이가 또 하악질을 하네? 내가 아무리 늙는다고 해도 꼬맹이한테 질 정도로 약해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그 말이 역린을 건드린 듯, 리벤투스는 화를 참지 못하고 얼굴이 새빨개진 채 방방 뛰며 소리쳤다.""이익-. 내가 꼬맹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이 꼰대가, 대체 언제까지 애 취급 할거냐고!""밀리오스는 그런 반응을 유도했다는 듯,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깐족거리며  리벤투스의 속을 긁었다."왜, 다시 꼬맹이로 돌아가고 싶은거 아니었어? 자기 제자 몸까지 뺏어가면서 어려보이고 싶다며? 역시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꼬맹이 태는 못 숨겨?"그의 계속되는 조롱에 리벤투스는 손에 들고 있던 바람의 창에..

Stellarain 2025.03.18

13화. 일곱 신(3)

그리고 시간은 더 흘러 아카데미를 수료한, 에테르를 다룰 수 있는 인간들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중심 계층으로 성장해나갔다.때문에 그들을 양성하는 유일한 교육기관인 상아탑의 위세 역시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밀리..나는 아직도 확신이 들지 않아. 우리가 한 선택이, 정말 잘 한 것인지 말이야."상아탑의 중간층, 라보(Labo) 구역에 위치한, 하늘정원. 색색의 울긋불긋한 꽃잎들이 잘 가꿔진 듯 제 자리에서 오롯이 피어있었고, 분명 실내임이 분명함에도 천장 대신 하늘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그 중앙에 위치한 분수대 앞에 있는 벤치에 두 남녀가 앉아, 하염 없이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대화하고 있었다."나도 그래. 하지만, 우리가 없더라도 그 자리를 채우기에는 가장 좋은 선택인건 맞았다고 생..

Stellarain 2025.03.17

12화. 일곱 신(2)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수십년의 평화로운 시대가 지나갔다.그 시간동안, 상아탑이 자리잡은 도시, 플립토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거대한 도시로 성장했다. 인공 태양이 제공하는 무한한 에너지와, 지식의 요람으로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이 제공한 노동력의 힘이었다. 세월이 지나며, 전쟁을 이끌었던 일곱 영웅들은 신으로 추앙받기 시작했고. 세계를 휩쓸었던 죽음과 구원은 역사에서 신화가 되었다.그리고, 그 신화의 주인공들 또한 흘러가는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조금씩 풍화되기  시작했다.끼익-.“또 여기 있었네, 루나. 너는 왜 본인 연구실을 놔두고 허구한날 황성 도서관으로 오는거야?”거대한 서고의 문을 열고 들어온 금발의 남자가 여전히 원형의 탁자 앞에 앉아 책을 읽고있는 은발의 여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

Stellarain 2025.03.14

11화. 일곱 신(1)

“하아.. 어쩐지 아까부터 과하게 미안해 한다 싶더니. 어쨌든, 여기에 타불라를 올리면 된다는거지?”일단 활성화인지 뭔지나 빨리 해치워버리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할지를 좀 이야기 해봐야 할 것 같았다.“아하하… 그래, 맞아. 낯선 기억들이 잔뜩 몰려올테니까, 너무 놀라지 말고. 아마 꿈을 꾸는 것 같은 느낌일거야.”나는 손에 들려있는 상자를 돌려가며 여기 저기 살펴봤다. 옆쪽 면 중 하나에는 구멍이 나 있었는데, 그것을 제외하면 균일한 정육면체 모양이었다.“헤에..  어떤 능력이 생기려나? 더 멋있어져서 돌아올게 삼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앨리스는 싱글벙글 웃으며 타불라를 상자의 윗면에 올려두었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음… 삼촌..?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그 말..

Stellarain 2025.03.13